안녕하세요.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인상 깊은 구절,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따로 메모하거나 표시하지 않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뿐 아니라 지금까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잊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이렇게 느끼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담아두고 싶은 갈피를 작성해두려고 합니다.
물론, 주관적인 느낌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적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받아들임의 차이가 있고, 생각의 차이 또한 있기에 강요하지 않는 점 이해 바랄게요.
북갈피 포스팅은 서론 - 본론 - 갈피 - 마무리 순서로 구성됩니다.
본론 안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책을 접하게 된 계기
- 작가 소개
- 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 및 소감
-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거나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 그리고 느낀 점을 적어둔 메모
저의 북갈피를 보러 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리면서,
시작하겠습니다!
(북갈피는 이 책에 대해 단지 '빙산의 일각' 에 불과합니다.
개인적으로 북갈피를 통해 '관심과 흥미가 생겨 책을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램 뿐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밀란 쿤테라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정말 재밌습니다.
몰입하게 되고,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중요하단 것을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저자는 체코 출신으로, 소설의 배경 또한 1960~70년 대의 체코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1968년 체코 프라하의 봄)
찾아보니 소련이 침공해서 공산주의화를 진행하고 있던 때라고 하더군요.
읽으시기 전 이를 인지해두고 읽으시는 게 이해가 더 빠를 겁니다.
소설 초반 부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데요.
소위 원나잇을 포함해 연애 횟수가 200명이 넘고,
이혼 전적이 있으며 40대인 남자 주인공의 이런 전적을 읽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말이 되나 싶어서요.. 그리고 이 주인공의 가치관 또한 가관이었습니다.
이게 잘못된 건지도 모를뿐더러 사람이랑 함께 생활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했습니다.
그런 주인공 토마시가 여자주인공 테레자를 6번의 우연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되었고,
운명 같은 우연으로 인해 평생 함께 지내게 됩니다.
(근데 결혼한 사이는 아니라고 하네요)
중요한 건, 이 테레자와 함께 지내는 와중에도 바람기를 잃지 않더라고요.
창문 닦는 일을 하게 되는데 집에 방문해서 집주인과 그런 관계를 가지는..
세상이 미쳐 돌아갔었구나! 했습니다 ㅎㅎ
총 4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토마시(남) - 테레자(여)
프란츠(남) - 사비나(여)
이 소설은 각 주인공 별로, 시간 순서대로 스토리를 전개하지 않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인데, 저자가 원하는 스토리, 인물을 순서 없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과관계에 따라 작성하긴 하지만, 토마시의 관점에서 본 것을 테레자의 관점에서 보고..
토마시랑 사비나랑 관계한 후 사비나의 스토리가 진행되고, 갑자기 사비나랑 관계했던 프란츠가 불쑥 튀어나오고,
프란츠의 과거가 나오고..
테레자가 키우는 강아지 카레닌의 생각과 관점이 나오고..
정신없었습니다..
제가 아직 이해력이 높지 않아 이런 소설을 바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심오한 비유적 표현도 많았고,
소설이지만 저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대목도 많았는데 바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문장의 수준이 높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서, 책 리뷰 게시글을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해설이 필요했거든요..
제가 해설할 수 있을 정도로 깊게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해서
제가 기록하고 남기고 싶은 부분만 북갈피로 남기려고 합니다.
해설이 필요하시다면, 다른 분들의 블로그 포스팅을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읽다 보니 알 것 같았던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 의 의미를요.
처음에는 부부를 말하는 건가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의 의미를 제가 해석해 봤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지만 정작 동거 / 결혼으로 함께 지내고 나서부터는 서로에게 짐이 되고 부담이 생기는 양면성.
사랑하기에 참을 수 없지만, 가볍고 싶은 존재.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위에 작성한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합니다.
대다수는 저걸 느껴봤지만, 재빠르게 머릿속에서 지우거나 문장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떠다녔을 것입니다.
문장으로 표현하더라도 부정했겠죠.
왜냐하면,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저는 이게 잘못된 생각인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오히려 이를 알고 있어야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이라 메모한 내용이 없습니다.
대신 인상 깊은 구절, 문장이 몇 개 있어 이를 북갈피에 기록해 봅니다.
"동정심을 갖는다는 것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른 모든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동정은 고도의 감정적 상상력, 감정적 텔레파시 기술을 지칭한다.
감정의 여러 단계 중에서 이 것이 가장 최상의 감정이다."
연민이랑은 다른 감정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누군가를 동정 삼아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사랑의 범위 내에 동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정하기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니까 동정도 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프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보다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성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라고 생각해 봅시다.
20대 초반에 처음 제주도 여행을 갈 때 제주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셨나요?
첫 여행 이후 제주도를 생각하면 첫 여행이 떠오릅니다.
제주도의 악보에 이 여행을 작곡해 놓은 것이죠.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을수록 저마다 대중적인 악보에 작곡을 해왔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제주도는
첫사랑을 만났던 장소일 수 있고,
마지막 이별 여행했던 경험일 수 있고,
졸업 기념으로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추억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점차 악보가 완성될수록 새로 써내기가, 덧붙이기가 어렵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을 악보와 작곡으로 비유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남주인공 토마스는 테레자를 "바구니에 넣어져 물에 떠내려 와 그의 침대 머리맡에 놓인 것" 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부터 토마스의 진짜 사랑은 시작된 것이죠.
"각양각색의 의견이 있으며, 또한 각양각색의 키치도 있게 마련이다. 가톨릭 키치, 개신교 키치, 유대인 키치, 공산주의 키치, 파시스트 키치, 민주주의 키치, 페미니스트 키치, 유럽 키치, 미국 키치, 민족주의 키치, 국제주의 키치"
키치는 기존 질서의 허례허식, 위선을 의미합니다.
저자 밀란 쿤 테라는 공산주의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상에 키치함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가 이야기한 내용을 제가 재해석해봤습니다.
"신은 똥을 싸는가? 신이 인간을 닮았다면, 신도 똥을 싸야 한다.
우리는 똥을 싸도록 신이 창조했다. 그러면 똥은 더럽고 비윤리적인가?
똥을 부정하면 인간을, 창조를, 신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가?"
이렇게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하는 것을 키치 하다고 표현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해설을 읽으며 이해해나가고 있습니다..ㅎㅎ
시간이 지나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긴 저의 북갈피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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