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갈피/소설

[북갈피]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영문도 모르고 사랑에 빠져버리면서 본인도 모르게 이별을 준비한다.

by 잡은 갈피 2024. 2. 12.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인상 깊은 구절,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따로 메모하거나 표시하지 않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뿐 아니라 지금까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잊게 된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이렇게 느끼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담아두고 싶은 갈피를 작성해두려고 합니다.

물론, 주관적인 느낌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적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받아들임의 차이가 있고, 생각의 차이 또한 있기에 강요하지 않는 점 이해 바랄게요.

 

북갈피 포스팅은 서론 - 본론 - 갈피 - 마무리 순서로 구성됩니다.

 

본론 안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책을 접하게 된 계기
  • 작가 소개
  • 책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 및 소감
  •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거나 생각해보고 싶은 부분, 그리고 느낀 점을 적어둔 메모

 

저의 북갈피를 보러 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리면서,

시작하겠습니다!

(북갈피는 이 책에 대해 단지 '빙산의 일각' 에 불과합니다.

개인적으로 북갈피를 통해 '관심과 흥미가 생겨 책을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램 뿐입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저자: 알랭 드 보통

 

 

 

 

사랑은 비합리적인 만큼이나 불가피했다.

 

 

 

이 책은 흡입력이 상당한 작품입니다.

소설인 줄 몰랐는데, 읽다 보니 소설이었더군요.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저자의 1인칭 시점으로 여주인공 '클로이' 와 어떻게 사랑에 빠졌고, 사랑했고, 이별했는지 스토리를 재치 있게 풀어내면서 중간중간에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해석하면서 저자의 철학적인 견해까지 집어넣었다는 것입니다.

 

수준 높은 농담과 재치여서 단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해하고 나면 그 무엇보다 재미있더라고요.

 

저자가 스물다섯 일 때 출판한 첫 작품이라고 하는데, 여간 보통내기가 아니었습니다.

떡잎부터 남다르네요..!

특별한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흔한 러브 스토리여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최근까지 자주 들었던 노래 가사가 생각나네요.

폴킴의 '우리 만남이' 인데요.

 

우리 만남이 특별하진 않았지
우리 만남에 뭐 있겠어
우리 이별이 가슴 찢기도록 아프진 않았지만
슬플 거야
우리 만남이 특별하진 않았지
우리 만남에 뭐 있겠어
그래도 우리 좀 친해지긴 했지만 서로
눈물 보일 것까진
그리울 거야
인생은 헤어지고 만나고 익숙해지고
또 그냥 그런대로 살아가고
인생은 무뎌지고 아파하며 익숙해져서
다시 그땔 그리워해

폴킴 - 우리 만남이 노래 가사 중

 

저자는 이별하면서 그 누구보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야속하게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어서 시간이 흘러가며 점차 잊어갑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사람에게 사랑에 빠져버리죠.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저자의 철학적인 견해와 연관 지을 수 있는 이론,

연애를 하면서 경험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지 알고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더욱이 저자가 깊은 통찰력이 있기에, 깊은 깨달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제가 읽으면서 메모해 둔 내용이나 생각을 본문에 이어 작성하겠습니다.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ㅎㅎ

 


- 낭만적 운명론 : 우연으로 만난 인연이 운명이라고 느껴지다가 문득, 희박하지만 몇 분의 몇의 가능성(확률) 으로 만났다는 계산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사랑이 끝나기 시작한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무지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처음에는 관심이 곧 호기심으로 이어져 끊임없는 질의응답을 통해 상대방을 알아가려 하고,

알면 알수록 처음의 관심(꿈틀거림) 이 사라질 확률이 높아지죠..

 

그래서 소개팅도 삼프터 이후 결정짓는 것일까요?

점차 많이 알아갈수록 꿈틀거림은 사라지고, 결국 친구 또는 지인, 그것도 아니면 남으로 갈 수밖에.

 

나이 들수록, 상대방을 알아갈수록 쉽게 결정됩니다.

처음에는 잘 맞고,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끼더라도 점차 알수록 내가 그려오던, 생각하던 상대방의 모습과는 조금씩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괴리감이 찾아오고 쌓일수록 사랑은 점점 멀어집니다.

 

 

 

- 이상화 : 그 사람의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나 행동은 보지 않으려 하고,

합리적인, 이성적인 판단은 그만둔 채 그 사람의 모든 말과 행동을 좋아하게 된다.

→ 결국, 이상화의 의미는 이성이 사라지고 감성으로 가득해서 객관화를 못하게 된다는 것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따분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고 만다."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그다지 이 자리가, 상대방이 재미없고 관심 없으면 빨리 이 자릴 끝내고 집 가서 쉬려 하죠.

집에서 쉬고 노는 게 더 재밌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 이 자리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는 노력을 딱히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마음에 들고, 매력적이고 재밌는 상대방과 함께 있다면, 

어떻게든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럼 스스로 패닉에 빠집니다..

내가 별론가? 내가 재미없나??

 

 

- 그저 상대방이 좋기 때문에 전부 맞추려고 한다면, 어느 순간 끝나게 된다.

진정성이 사랑으로 가려지는 시간은 길지 않다.

→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곧 나의 모든 개인적 특징들을 버리는 것"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고통스럽다.
자신 외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방통행인 사랑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짝사랑이든, 연애 중에 상대방으로부터 사랑이 식었음을 느낀 이후든..

 

내가 사랑을 주지만 보답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주변 사람에게 피해가 가진 않습니다.

그저, 본인만 힘들고 고통스러울 뿐이죠.

그렇지만, 불에 뛰어들어가는 불나방처럼 고통스러운 걸 알면서도 이어가려 합니다.

 

힘들지만,

고통스럽지만,

그저 좋으니까.

 

 

 

- 마르크스주의 (본문 내에서) → 원하는 것을 달성하지 못할 때 극적으로 더욱 갈망하고 몰입한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달성해 버리면 그 누구보다 질려하고 흥미를 잃는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도록 유지해야 한다.

→ 대부분의 관계는 '마르크스주의적인' 순간들이 있다. 특히 사랑을 보답받는 순간이 왔을 때.

 

이에 대해 좋은 사례를 들어줬는데,

 

소유욕 - 가지고 싶어 미치지만 정작 가지고 나면 흥미와 관심을 잃는다.

→ 저 사람을 갖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구애하지만 정작 사귀면 질린다.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해주는 사람보다 나를 초조하고 안달나게 만드는 사람에게 더욱 끌리는 경우가 있다.

→ 나쁜 남자, 어장..?

 

 

- 자기혐오가 큰 사람은 상대방을 볼 때 나의 혐오스러운 면이 부각되어 보일 것이고 관계를 정리한다.

자기애가 큰 사람은 상대를 낮춰보지 않고, '내가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 이란 것을 느낀다.

 결론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 연인끼리 둘의 차이를 '농담' 이나 '유머' 로 승화시키지 못하면 서로 사랑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 '비트겐슈타인의 오리 - 토끼' 그림 또는 '뮐러 - 리어 착시' 처럼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주관과 상상력, 그리고 '사랑' 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결국 완벽하지 않은 외모이기에 상상을 더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오리 - 토끼
뮐러 - 리어 착시

 

 

 

"연인들은 의심하고 캐물으려는 철학적 충동에 대립되는, 믿고 신앙을 가지려는 종교적 충동에 굴복한다.
연인들은 사랑 없이 의심을 하는 것보다는 틀려도 사랑을 하는 모험을 더 좋아한다."

결국 연인끼리의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의심하지 않고 사랑하고자 합니다.

 

 

- 경험이란, 예의 바른 일상을 부수고 짧은 시간 동안 고양된 감수성으로 새로움, 위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을 목격하는 것이다.

→ 공유된 경험이라는 기초 위에서 친밀성은 자라날 기회를 얻는다.

→ 비단 연애 당시의 경험뿐 아니라, 개개인이 행동할 수 있는 모든 경험까지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취미 활동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낯설고 새로운 장소로 여행하는 거나.

그러한 경험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그 사람과의 친밀성은 충분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자신에 대한 느낌은 달라진다.
우리는 조금씩 남들이 우리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마치 크기는 있지만 형태는 매 순간 바뀌는 아메바처럼.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자신들의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에게 낙인을 찍고 프레임을 씌워놓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재미없는 사람인데 상대방이 내 말 한마디에 엄청 웃고 재밌다고 칭찬한다면?

나는 '재미있고 유머 있는 사람' 으로 낙인찍혀 그 상대방 앞에서는 어떻게든 이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겠죠.

 

그렇지만 사랑을 하면 본인을 객관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 층 성장합니다.

 

 

- 사랑은 어떤 측면이나 부분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존재론적 관점에서 '나' 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사실 때문에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 아무 조건 없이 너라는 영혼이 좋다.

 

 

- 낭만적 테러리즘 : 아무리 상대방의 나에 대한 사랑이 식었음을 눈치채고 저항하고 테러(삐지거나, 말을 안 하거나, 읽씹 하거나, 분노하거나 등) 해도 다시금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게,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해서 되찾은 사랑은 결국 임시방편이고 타의적이다.

"사랑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

 

 

- '아가톤 히플로스' → 그냥 좋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자기를 즐겁게 하고 기쁨을 주는 것을 '선' 이라고 하는 반면, 불쾌하게 하는 것은 '악' 이라고 한다.

사람이란 본디 각자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선과 악의 구별에서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 낭만적 실증주의 → 사랑에 문제가 있다면 치유책 또는 해결법을 통해 그 문제를 없앨 수 있다.

- 금욕주의 → 핵심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나를 실망시킬 기회를 주기 전에 스스로 실망해 버리는' 방책.

 

- 성숙한 사랑은 '결혼' 이며, 일상을 살면서 죽음을 피하려는 시도이다.

반면, 비성숙한 사랑의 말로는 '죽음' 이며, 매일 불안정한 상태이다.

 

 

 


긴 저의 북갈피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